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2020

이 책은 철학, 평행우주, 존재, 그리고 ‘살아있음’에 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후회’에 관한 이야기이다.

후회는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진부한 주제다. 후회와 관련하여 우리가 흔히 듣는 말 중 하나는 “나는 지나간 일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는 지금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선언이다. 누구나 후회 없는 삶을 살기를 갈망하지만, 과연 현실 세계에서 그것이 진정 가능한 일일까? 이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후회란 무엇인지 그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뇌는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덕분에 우리의 사고는 아무런 제약 없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종횡무진 오갈 수 있다. 우리는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 시점을 기준 삼아 앞으로 펼쳐졌을지도 모를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도 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의 상상력은 과거의 사건을 뇌 속에서 재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하여 과거의 그 시점으로부터 서로 다른 두 세계에 존재하는 자아가 생겨난다. 하나는 재구성된 가상 세계 속의 자아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발을 딛고 있는 현실 세계 속의 자아다. 우리는 당연하게도 이 두 세계의 자아를 비교하게 된다. 그 결과 현실 세계 속 자아의 처지가 더 고달프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고통을 느끼며 과거 그 시점에 내렸던 자신의 선택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고와 감정이 형성되는 과정이 바로 ‘후회’의 본질이다.

후회가 발생하는 본질을 이해하고 나면, 후회라는 경험은 결국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나아가 우리는 후회라는 감정을 원천적으로 회피할 수도 없다.

왜 후회의 발생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하는가? 과거의 그 당시에 우리는 자신이 내린 선택을 미래에 이토록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반박할지 모른다. “어떤 경우에는 앞으로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을 생생하게 느끼면서도, 당시의 감정적 저울질 끝에 어쩔 수 없이 그 선택을 감행하기도 한다”라고 말이다. 그러한 상황이 존재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되짚어보면, 과거의 그 순간에 이미 미래의 후회를 예측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도리어 후회라는 과정의 ‘불가피성’을 증명하는 것 아닌가.

후회가 피할 수 없는 과정이고 그 자체로 고통과 죄책감을 수반한다면, 우리는 이제 후회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

첫째, 담담하게 마주하라. 이 세상에 후회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만의 후회 목록을 품고 살아간다. 후회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우리가 가진 후회를 똑바로 직시하기를 바란다. 둘째, 내려놓으려 시도하라. 만약 ‘가장 완벽한 인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와 똑같은 논리로 ‘가장 최악인 인생’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지금의 인생이 과거의 ‘잘못된’ 선택들이 불러온 인과응보의 결과라 할지라도, 적어도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 역시 그 지나온 과거의 연장이자 보답이다. 셋째, 미래를 개선하라. 후회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감정의 시간과 깊이는 우리가 그 후에 어떤 적극적이고 정향적인 행동을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 후회를 반추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의 삶에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후회는 우리의 뇌리 속에 선명하게, 그리고 끝없이 되풀이되며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마치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회랑을 영원히 배회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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