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2013

생각해 보면 참 묘한 일이다. 나는 학교 수업에서 ‘경제학’이라는 과목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학교에서 가르쳐준 경제 관련 지식이라곤 기억 속에 파편처럼 남아있는 마르크스의 ‘잉여가치론’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인으로서 우리는 ‘철학’, ‘역사’,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당당하게 선언할 수는 있어도, 혹은 학창 시절 배운 ‘수학, 물리, 화학’ 공식들을 모조리 선생님께 반납해 잊어버렸을지언정, ‘경제’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유튜브에는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Xiao Lin Shuo’라는 유명 경제·금융 채널이 있는데, 나 역시 그 채널의 충성스러운 시청자 중 한 명이다. 초기 영상 중에 책을 추천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당시 샤오린은 『천재들의 실패』, 『대마불사』, 『괴짜 경제학』처럼 서사성이 강한 작품들을 추천했다. 하지만 거시경제학 관련 서적에 대해서는 일종의 ‘여백’을 남겨두었다. 만약 그 여백을 나더러 채우라고 한다면, 나의 첫 번째 선택은 단연 이 책,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일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간단히 밝히고자 한다.

첫째, 이 책은 매우 야심 찬 책이다. 나는 그동안 야심을 내세운 수많은 책을 보아왔으나, 그중 대다수는 내용이 막연하거나, 부분적인 것을 전체로 오해하거나, 혹은 구조가 느슨하고 주제가 불분명했다. 하지만 『21세기 자본』은 명백히 그 부류가 아니다. 이 책의 주제는 빈부격차(혹은 부의 분배 불평등)의 역사적 진화 과정과 그 결과이며, 그 야심은 세계 전체를 향해 있다. 야심에 관해 말하자면, 나폴레옹은 말발굽과 대포로 세계를 정복하려 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하지만 피케티는 단 한 권의 책으로 이 세상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드러냈다.

둘째, 이 책은 세상이 어떠한지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깊은 이유, 즉 세상이 왜 이런 모습인지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경제학적 개념과 분석 연구가 동원되는데, 이 때문에 이 책은 결코 읽기 쉬운 책이 아니다. 경제학 전공 대학생조차 어렵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니, 나 같은 ‘경제 알못’에게는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독자들이여, 이 ‘어렵다’는 단어에 겁먹지 마시라. 우리가 이 책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일생에 도움이 될 만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만약 우리가 빈부격차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데 동의한다면 우리에게는 처방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피케티는 감히 처방전을 내리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책에서 가장 널리 토론되는 지점일 것이다. 나는 모든 학문 중에서 경제학이 가장 말다툼이 잦은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거시 세계의 온갖 경제 문제가 하루아침에, 혹은 단 한 번의 수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저자의 ‘초석을 다지는’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모두가 토론에 참여할 때 비로소 사상과 제도의 진보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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