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2018

건강검진을 받을 때, 왜 매번 피를 두세 통씩이나 뽑아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한 통으로는 부족한 걸까?

그 이유는 혈액 검사가 혈액 속 수십 가지 성분의 지표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혈세포의 개수나 건강 지표가 되는 특정 단백질 농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성분마다 사전에 다른 처리를 거쳐야 하고, 그에 맞는 각기 다른 분석 장비에 보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어떤 회사가 단 한 방울의 피만으로 모든 혈액 성분을 검사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고 선언한다면, 당신의 첫 반응은 어떠할까?

과학 기술 혁신의 가능성을 믿는 현대인들에게 이는 결코 황당무계한 공상으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이 그 일을 해냈다고 주장한 회사가 있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테라노스(Theranos)’와 그 설립자 엘리자베스 홈즈의 이야기이다.

결국 테라노스는 철저한 사기극임이 드러났고, 홈즈 또한 감옥행이라는 결말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그 오랜 시간 동안 직원과 투자자, 규제 당국, 그리고 마지막에는 소비자까지 속이며 세상을 기만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 가장 큰 원인이 ‘자기기만’에 있다고 생각한다. 홈즈는 자기 자신마저 속여 넘겼던 것이다. 『거짓말의 철학』에서 저자가 인용한 니체의 문장처럼 말이다.

모든 거대한 사기꾼들에게는 주목할 만한 특질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들 힘의 원천이다. 실제 기만행위에서 모든 준비 과정이나 매혹적인 목소리, 표정, 동작, 연출보다 더 중요한 점은 사기꾼이 ‘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사기꾼은 청산유수 같은 말로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굳게 믿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의료기기 분야 종사자로서 내가 본 이 책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테라노스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의료 규제 기관인 FDA를 따돌렸는가 하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테라노스가 판매한 것은 FDA의 규제 심사 대상인 ‘의료기기’가 아니라, 규제의 제약이 적은 ‘검사실 자체 개발 검사(LDT)’ 서비스였다. 이는 역설적으로 왜 지난 몇 년간 FDA가 LDT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강화하는 데 그토록 필사적이었는지를 증명해 준다.

시간이 흐르며 테라노스는 한낱 일장춘몽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에서는 집에서 미세 채혈관으로 혈액 샘플을 채취해 우편으로 보내면, 전문의가 온라인으로 처방을 내리고 약까지 배송해 주는 새롭고도 합법적인 의료 모델이 발전하고 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피 한 방울로 하는 검사’라는 아름다운 비전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과학 기술의 혁신 아래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그 고전적인 광고 문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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