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

싯다르타 무케르지

2010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학 저술가이다. 그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할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도 깊으며, 무엇보다 행간마다 절절한 감동을 담아낼 줄 안다. 한 작품에서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각 요소를 최고 수준으로 구현하면서 하나의 주제로 완벽하게 녹여내는 작가는 더욱 드물다.

이 책은 인류가 암과 싸워온 투쟁의 기록인 동시에, 과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해온 진보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암은 인류의 그림자처럼 곁을 맴돌았다. 고대인들은 암을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으로만 이해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우리 몸에 기생하는 ‘딱딱하고 무도한 게’라고 불렀고, 고대 중국인들은 이 질병의 견고함이 ‘암석’과 같다고 묘사했다. 현대 의학은 우리에게 말한다. 암은 인간의 유전자 속에 잠복해 있다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는 ‘반역의 프로그램’이며, 일단 가동되면 무한히 복제하고 약탈하며 파괴하고 확장하는 존재라고 말이다. 철학적인 언어로 표현하자면, 암은 ‘어두운 버전의 또 다른 자아’이다. 그것은 죽음이라는 숙명을 거부하고 흑마술을 손에 쥔 채 영생을 갈망하는, 광기 어린 자아이다. 하지만 이 광포한 힘이 일단 우리를 지배하는 주인이 되고 나면, 연약한 원래의 자아를 가차 없이 집어삼키고 결국 그 광기 속에서 스스로도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내 박사 학위 논문의 주제가 암 백신 연구였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 지식과 감정의 공명이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메아리치는 것을 느꼈다. 암을 정복하기 위한 이 여정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왔으며,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종착점까지는 얼마나 남았을까? 위대한 선구자들은 이 길을 묵묵히 걸어오다 지쳐 멈춰 섰다. 그리고 이제 당신과 내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계속 전진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도 지쳐 멈춰 서는 날이 오리라. 하지만 그것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우리의 후계자들이 뒤를 이어 계속 나타날 것이고, 분명 우리보다 더 멀리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무케르지 책의 특징은 심오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독서의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강의실에서 배웠던 단편적인 지식들을 떠올리게 하며 잊고 있던 기억들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만약 이 책이 당신의 흥미를 자극했다면, 저자의 다른 두 걸작인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과 『세포의 노래』도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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