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년 차 망년회 때, 나는 우연히 사장님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내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사장님은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갓 입사한 자네에게는 주변의 모든 것이 아직은 신선하게 보이겠지…….”
의미심장했던 것은 사장님이 내뱉은 전반부 문장이 아니라, 차마 말하지 않은 나머지 절반이었다. “……몇 년만 지나면 자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지겠지만 말이야.”
실제로 일을 시작한 처음 몇 년은 신선했고 열정이 넘쳤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르자 서서히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당시의 나는 알지 못했으나, 무척이나 알고 싶었다. 그 의문에 답을 제시해 준 이가 바로 ‘일본 조직 사회학의 일인자’로 불리는 오오타 하지메 교수였다.
오오타 교수의 저서 『개인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 일본의 조직』은 그 제목만으로도 핵심을 찌른다. 왜 일본식 조직은 개인의 행복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었는가? 저서 『동조압력의 정체』에서 오오타 교수는 그 근본 원인으로 일본 기업이 보유한 ‘세 가지 신기’인 종신고용제, 연공서열제, 기업별 단일 노조를 꼽는다. 과거 ‘황금기’에는 이 세 가지 기둥이 사회의 번영과 경기를 지탱해 주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오늘날의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이 세 가지 신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아무것도 안 하는 편이 이득인 일본’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것도 안 하는 편이 이득’인 현상은 매우 보편적이다. 어느 정도 직급에 올라가면 많은 기업의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를 포기하고 적당히 ‘현상 유지’를 택한다. 연공서열제 때문에 열심히 노력해도 더 올라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사 평가 제도에 철저히 뿌리 내린 ‘감점주의’는 모험을 하지 않고 모나게 행동하지 않는 것을 최상책으로 만들었다. 또한 종신고용제는 기업이 잉여 인력을 마음대로 감축할 수 없게 하기에, 근무 태만도 해고라는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 동시에 기업의 이익과 운명을 같이 하는 단일 노조는 노사 협상에서 입지가 매우 약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향상심을 갖는 것조차 무의미한 감정으로 전락시킨다. 이 모든 상황은 결국 우리 사회에서 소극적 이기주의를 신봉하는 ‘복지부동형 구태’의 행렬을 끊임없이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일본식 조직에서는 혁신이 싹틀 수 없으며, 글로벌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다.
현재 우리는 일본의 기업 조직이 붕괴되는 징후를 목격하고 있다. 신입 사원의 이직률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관리직 승진을 희망하는 숙련 직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임금 상승률은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며, 일부 기업에서는 기준에 미달하면 직급을 강등시키는 인사 평가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오오타 교수의 책을 볼 때마다 깊은 공감을 느끼는 동시에, 책에서 언급된 문제들에 대해 그가 어떤 처방을 내릴지 기대하게 된다. 다만 매번 희망적인 의견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곤 했다. 이는 저자의 식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일본식 조직 구조가 이미 이 사회를 너무나 깊이 병들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오오타 교수의 최신 저서 『이직 제로, ‘자영형 사원’이 회사를 바꾼다!』에서 마침내 납득할 만한 해독제가 제시되었다. 모든 병을 고치는 특효약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희망을 느끼게 해주는 한 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