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로 가는 작은 길

마츠오 바쇼

1702

길에 병드니 / 꿈은 마른 들판을 / 헤매고 도네.

— 마츠오 바쇼


인생은 나그네길이다. “대저 천지는 만물이 잠시 쉬어가는 여관이요, 광음은 백 대를 거쳐 가는 나그네다.” 이는 당나라의 시인 이백이 733년에 써 내려간 인생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다. 그리고 천년의 세월이 흐른 뒤, 마츠오 바쇼는 《오쿠로 가는 작은 길》의 서두에서 마치 이 문장에 화답하듯 이렇게 적었다.

해와 달은 백 대의 나그네이며, 오고 가는 해 또한 여행자다.

옛 문인과 지사들이 조정의 높은 곳에 처해 국정을 걱정하거나, 혹은 강호의 먼 곳에 머물며 마음속 무릉도원을 그렸다면, 마츠오 바쇼는 오롯이 여행을 길 위에서 인생을 깨달아갔다. 이 하이쿠 성인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이 기행문에서, 내가 유독 아끼는 몇 대목을 골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가는 봄이여 / 새는 울고 / 물고기 눈에는 눈물.

옛사람들에게 먼 길을 떠나는 여행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길을 나서는 순간에는 평소에 더없이 평범하게 보였던 사물과 풍경조차 나그네의 마음에 서글픈 감정을 더하곤 했다. 그러나 이별의 슬픔이 비단 여행의 시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정의 후반부에 이르러, 줄곧 바쇼의 발자취를 따르며 동행했던 제자 소라가 병으로 인해 스승과 헤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제 홀로 남겨져 고독한 여정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바쇼는 만감이 교차하여 이렇게 읊었다.

떠나는 자의 슬픔과 남는 자의 회한은, 마치 짝 잃은 기러기 한 마리가 헤어져 저 멀리 구름 속을 헤매는 듯하구나.

길 위에서는 자연스레 온갖 만남과 견문이 따르기 마련이다. 전권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대목은 나스노(도치기현)을 지나갈 때의 일이다. 길을 잃은 나그네는 그곳의 한 소박한 농부를 만나게 된다. 농부는 농사일로 바빠 직접 길을 안내해 줄 수는 없었지만, 선뜻 자신의 늙은 말을 빌려주며 길잡이로 삼게 했다. 그리고 뒤이어 펼쳐지는 야취 가득하고도 가슴 한구석을 따스하게 채워주는 정경은 다음과 같다.

어린아이 둘이 말의 뒤를 따라 뛰어왔다. 한 아이는 어린 소녀였는데 이름이 ‘카사네’라 했다. 귀에 낯선 그 이름이 참으로 다정하게 느껴져 소라가 시를 읊었다.

카사네란 이름 / 필시 패랭이꽃 / 겹꽃의 이름이리라.


이윽고 인가에 이르러 말의 삯을 안장에 묶어두고 말만 돌려보냈다.


“사람은 한가로이 계수나무 꽃 떨어지고, 밤은 고요해 봄 산이 비었구나.” 어느 시대에나 속세를 초월한 은사는 존재한다. 스카가와(후쿠시마현)이라는 곳에서 바쇼 일행은 하이쿠 시인 릿사이를 방문했다. 릿사이는 세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커다란 밤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초암에 은거하는 이였다. 바쇼는 그를 위해 이러한 가구를 선물했다.

세상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꽃이여 / 처마 밑의 밤나무.

이이즈카 온천(후쿠시마현)에 다다랐을 때, 바쇼는 심한 복통에 시달려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묵게 된 숙소는 비가 새는 데다 모기까지 극성을 부려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앞으로 가야 할 험난한 길을 생각하니 마음속에 불안이 엄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쳤을 바쇼였지만, 그는 자신을 채찍질하듯 이렇게 스스로를 격려했다.

변방의 오지를 다니는 행각이란 본래 목숨을 버리는 무상의 관념을 품는 법이니, 길 위에서 죽더라도 그것은 하늘의 명이라 여겼다. 이에 기운을 조금 추스르고 사방으로 뻗은 길을 밟아 다테의 커다란 관문을 넘어섰다.

이즈모자키(니가타현)의 바닷가에 이르러, 옛날에 유배지로 쓰였던 저 멀리 바다 위의 사도섬을 바라보며 바쇼는 읽는 이의 마음을 뒤흔드는 장엄한 절창을 남겼다.

거친 바다여 / 사도섬 위에 가로누운 / 은하수.

이치후리(니가타현)이라는 곳에서는 숙소에서 우연히 두 명의 유녀와 동숙하게 된다. 청춘을 유곽에 바친 유녀와 천하를 떠도는 하이쿠 시인. 도저히 겹칠 것 같지 않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지만, 명명한 운명 속에서 어딘가 통하는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바쇼는 서글픈 감회를 담아 이러한 구절을 남겼다.

한집에서 / 유녀들도 잠드는구나 / 싸리꽃과 달.

이것은 바로 백거이가 《비파행》에서 읊었던, “똑같이 세상 끝을 떠도는 신세이니, 만났으면 그만이지 어찌 예전부터 알던 사이여야 하겠는가”라는 경지와 정확히 맞닿아 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가도카와 서점에서 나온 이 판본의 《오쿠로 가는 작은 길》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구성이 대단히 풍성하다. ‘원문’은 물론이거니와 친절한 ‘현대어 번역’, ‘해설’, ‘칼럼’까지 망라되어 있다. 단순히 문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당시의 역사와 풍토, 인문학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에 기꺼이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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