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홍자성

1591

처세의 도를 다룬 고전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떠올리지만, 동양에서 그 대표를 고른다면 나는 단연 이 책 『채근담』을 선택하겠다.

고대 중국에는 수많은 철학 유파가 있었고, 한자어로는 이를 ‘삼교구류’라 일컫는다. 유교, 도교, 불교를 뜻하는 ‘삼교’는 제각기 다른 경전과 주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채근담』은 이 세 가지 사상을 하나로 꿰뚫고 있으니, 실로 기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교 사상의 핵심은 가족과 교육, 예절을 중시하는 데 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중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의 사회적 가치관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유교는 사람들에게 ‘중용’을 가르친다. 중용이란 무엇일까? 『채근담』의 다음 구절은 지극히 중용적이며, 이는 동양인 특유의 함축적이고 내성적이며 겸손한 성품의 근간이 아닐까 싶다.

처세함에 있어 세속과 똑같아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세속과 유달리 달라서도 안 된다. 일을 함에 있어 남들이 싫어하게 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남들이 너무 기뻐하게 해서도 안 된다.

도교의 핵심 사상을 두 단어로 요약하면 ‘무위’와 ‘자연’이다. 현대 사회에서 무위로 다스려지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겠으나, 맑은 마음으로 욕심을 덜어내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하는 이들은 여전히 도처에 존재한다. 바로 다음 구절처럼 말이다.

사람이 되는 데 있어 대단히 높고 먼 사업이 없더라도, 세속적인 정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곧 명류의 반열에 들 것이요. 학문을 닦는 데 있어 대단히 보태는 공력이 없더라도, 외물에 얽매이는 마음을 없앨 수 있다면 곧 성인의 경지를 넘어설 것이다.

불교는 ‘출세간’의 철학이다. 출세간과 입세에 대한 견해는 내가 『동양 철학』에서 더 자세히 전개해 볼까 생각 중이지만, 우선 다음 구절이 보여주는 고요한 의경을 음미해 보라.

외로운 구름이 산골짝을 나오니 가고 머무름에 아무런 미련이 없고, 밝은 거울이 허공에 걸리니 고요함과 시끄러움이 서로 상관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나에게 주해가 없는 고문을 읽는 것은 ‘안갯속에서 꽃을 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곽명곤 선생님의 판본을 참 좋아한다. 명쾌한 현대어 번역뿐만 아니라 매 구절마다 평설을 덧붙인 점이 정말 대단하다. 어린이나 바쁜 와중에 짬을 내어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채지충 선생의 만화판도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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