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카타 하루코의 수기 『그날』을 읽고 난 후, 나의 내면에는 한동안 가라앉지 않는 파문이 일었다. 그것은 과학적 진실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이 사회의 진실—그 비정함과 무심함—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명이 다할 것 같다고 느꼈을 때, 눈앞에 떠오른 것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촛불이었다.
생명이란 이 차갑고 회색빛인 세계 속에서 무력하게 흔들리는 가느다란 등불과도 같다. 전신을 휘감는 우울, 병마에 유린당한 육체, 잠 못 이루는 밤. 약의 힘을 빌려 겨우 잠들어도 깨어나기 전까지 이어지는 악몽의 연쇄. 분노, 억울함, 의구심, 고독, 공포…… 매 순간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마음을 잠식한다. 그 모든 것에 맞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끝없이 흐르는 눈물뿐이다. 사람은 대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
꺼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본능이었다. 몇 번이고 그 간절함을 경험하고, 차라리 불어서 꺼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면서도 필사적으로 지켜내고 있었다.
그것은 희망일까? 판도라의 상자 바닥에 봉인된 마지막 희망. 보이지만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희망.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반복해서 고통과 고문을 안겨주기 위해 존재하는 희망. 우스꽝스러운 희망. 죄악스러운 희망. 아니다, 그것은 희망이 아닐 것이다. 이 세상에는 분명 사람이 살아가게 만드는 또 다른 무언가가 존재한다.
줄곧 나 혼자만의 불꽃을 지켜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촛불이 꺼지려 할 때, 기꺼이 불꽃을 나누어 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다. 가장 신뢰하는 벗들이 보내주는 우정이며,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가족들의 사랑이다. 사회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격려하며 도움을 준 이들의 동정이며, 자신을 그저 한 명의 평범한 인간으로 대해준 모든 이들의 공감이다. 그것은 곧 ‘사랑’이다. 사랑이 있기에 이 세계는 비로소 온기를 띠고 색채를 얻는다.
나는 나누어 받은 불꽃을 다시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며 살아갈 것이다. 오늘의 일기에는 그렇게 적을 생각이다.
마지막 문장을 읽었을 때,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