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칸트의 묘비명에는 그의 저서 『실천이성비판』에서 인용한 이런 구절이 새겨져 있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새롭고 높아지는 감탄과 경외심으로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이며, 다른 하나는 내 안의 도덕 법칙이다.”
그렇다. 천문학자는 우리의 시선을 외적인 우주로 이끌고, 철학자는 내적인 자아를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다르다. 그는 우리로 하여금 외적인 우주를 보게 하는 동시에, 내적인 자아를 직면하게 한다.
나는 『코스모스』보다 이 책 『창백한 푸른 점』을 더 좋아한다. 이 책이 지닌 층위가 훨씬 풍성하기 때문이다. 인류사에 대한 이성적인 고찰, 철학적 사유, 천문학적 발견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물론이고, 인문주의적 시선으로 현실의 사회 문제를 꿰뚫어 보며 인류의 미래를 그려내는 상상력까지 담겨 있다.
밤하늘의 가득한 별들을 마주하며 칸트는 동경과 경외심을 품었다. 칼 세이건은 이렇게 썼다. “천문학은 인간을 겸허하게 만들고 인격을 형성하는 경험이다”라고 말이다. 내가 천문학 서적을 집어 들고 문장의 마력에 기대어 우주로 나아갈 때, 저 우주의 시선으로 그 ‘창백한 푸른 점’ 속의 무한히 보잘것없고 찰나적인 나 자신을 내려다볼 때, 나는 문득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 비로소 일상의 소소한 집착과 구차한 다툼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