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거릿 미첼

1936

대학 시절, 나는 학교 도서관에서 일반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었던 알렉상드르 뒤마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작품들을 찾아 읽곤 했다. 한편으로는 영어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외국어 서점에서 산 댄 브라운의 원서들과 씨름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과 여학생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예닐곱 번이나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아까운 시간에 다른 책들을 더 읽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야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왜 이 책을 그토록 여러 번 읽게 되는지 말이다. 이 책은 진정으로 잊을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남기는 명작이기 때문이다.

내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사랑하는 이유를 밝혀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라는 캐릭터 설정이다. ‘난세의 가인’이라는 제목만 본다면, 난세를 배경으로 한 단순한 로맨스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은 인생을 매우 심도 있고 갈등의 연속으로 묘사한 걸작이다. 그 갈등과 깊이는 바로 스칼렛 본인에게서 나온다. 첫사랑에 대한 집착, 아일랜드인의 혈통, 모질면서도 연약한 면모, 끈기와 타협… 이 모든 것들이 모여 현실감이 넘치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 책에 스칼렛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독서 스타일로는 한 권을 여러 번씩 읽지는 않겠지만, 만약 다시 한번 읽게 된다면 내가 아끼는 또 다른 인물인 멜라니 해밀턴을 마음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바람과 함께 사라진, 혹은 떠도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시대의 격변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은 구세계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그 굴레에 얽매이지 않으려 했던 스칼렛과 같은 불굴의 생명력이며, 구습을 경멸하며 자유롭게 살았으나 사랑이라는 안식처를 갈구하며 고뇌했던 레트와 같은 용사이다. 또한 자신의 운명을 다스릴 힘이 없었던 남부 구질서의 상징 애슐리와 같은 이들이며, 구세대의 가치를 믿으면서도 새로운 세계를 향해 꿋꿋이 나아갔던 멜라니와 같은 용감하고 성결한 영혼이다. 동시에 그 시대의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버린 수많은 평범한 개인들의 삶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나는 부동화 선생의 번역본을 매우 좋아한다. 이 책은 1940년 일본군 점령하의 상하이에서 번역되었다. 당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상하이에서 개봉된 후 “상하이 주민들 사이에서 대단한 열풍을 일으키며 외국 영화 상영 이래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부 선생은 비록 번역 일에 다소 회의를 느끼고 있었으나, 원작을 읽고 나선 “확실히 번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일본에는 이미 두 개의 번역본이 있고 모두 잘 팔리고 있다”는 친구의 부추김이 더해졌고, 이에 부 선생은 “그들에게 있는데 우리에게 없을 리 있겠는가?”라는 확고한 의지로 이 대작의 번역을 결심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당시의 상하이 역시 하나의 ‘난세’가 아니었을까. 시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번역본 속에 이따금 등장하는 강절 지방의 방언 섞인 문장들을 마주할 때면 아련한 향수가 피어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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